[수영 일기] 100m 1분 40초의 벽, 자유형 정답은 힘 빼기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덧 100m 1분 40초대까지 왔습니다. ‘어느정도는 한다’는 소리를 들을 법하지만, 자유형 힘 빼기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기록의 정체’보다 더 어려운 자유형 힘 빼기가 잘 안되더라고요.

1분 40초, 이제 중급을 마무리하는 관문
수영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100m 1분 40초라는 숫자는 참 묘한 경계선입니다. 체력만으로 밀어붙여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마지막 한계점 같거든요. 저 역시 요즘 이 기록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속도가 안 나는 게 아니라, 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제 몸이 너무 많은 ‘과부하’를 견디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먼저 저를 괴롭히는 건 발차기입니다. 사실 100m를 빠른 페이스로 돌다 보면 중반 이후부터는 발차기가 정말 힘들어지는 지점이 옵니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힘차게 물을 눌러줘야 하는데,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하체가 조금씩 가라앉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죠. 가라앉는 하체를 띄우려고 억지로 발을 휘젓다 보면 심박수는 터질 듯이 올라가고, 정작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발등으로 물을 묵직하게 누르는 감각보다는, 그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강해질 때의 그 답답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목과 어깨에 들어간 ‘독’, 과유불급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요즘 제 목과 어깨는 늘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수영장에서 강사님께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힘 좀 빼세요”인데, 이게 참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 같습니다. 속도를 1초라도 더 줄여보겠다는 욕심에 손을 뻗는 글라이딩 동작부터 물을 잡고 당기는 스트로크까지, 저도 모르게 온몸에 잔뜩 힘을 주게 됩니다.

특히 어깨 승모근 주변이 뻣뻣해지면 리커버리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물을 잡을 때 팔의 각도가 무너지면서 오히려 저항만 더 키우게 됩니다. 1분 30초대로 진입하려면 물을 ‘세게’ 치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타야 하는데, 저는 아직도 근력과 오기로 물을 이겨 먹으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실에 들어설 때면 목 주변이 뻐근한 걸 보며 ‘오늘도 힘 빼기에 실패했구나’라는 자책을 하곤 합니다.
오리발의 달콤한 유혹과 냉정한 현실
최근 오리발(핀)을 착용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오리발을 끼면 신세계가 열립니다. 발만 살짝 굴러도 몸이 수면 위로 붕 떠오르고, 100m 기록이 말도 안 되게 단축되는 걸 보면 마치 제가 진짜 물개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죠. 오리발이 주는 그 속도감은 분명 짜릿하고 훈련에 도움도 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리발을 벗고 다시 맨몸으로 물속에 들어갔을 때 찾아옵니다. 핀이 주는 인공적인 추진력에 익숙해진 나머지, 제 맨발등으로 물의 저항을 읽어내던 미세한 감각들이 무뎌진 기분입니다. 장비의 도움 없이 오직 내 몸의 밸런스만으로 100m를 완주해야 할 때 마주하는 그 생경한 무게감. 결국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하체의 부력을 스스로 확보하고, 상체의 힘을 0에 가깝게 빼는 연습인 것 같습니다.

자유형 힘 빼기 다시, 물과 친해지는 시간
그래서 당분간은 시계의 초침을 보기보다는 제 몸의 감각을 읽는 데 집중해 보려 합니다. 첫째, 발차기는 횟수보다 ‘정확도’에 집중할 것. 하체가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리듬감만 유지하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둘째, 스트로크 시 어깨 이완입니다. 손을 앞으로 찌르는 동작에서 의도적으로 목 주변의 긴장을 풀고, 물을 타는 ‘글라이딩’의 찰나를 온전히 느껴보는 거죠.
수영은 참 정직한 운동입니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거나 이기려 들면 물은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내가 모든 힘을 빼고 물을 믿는 순간 비로소 나를 앞으로 보내주니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냥 근력만 키우는 운동에 비해서 상당히 악랄한 운동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100m 1분 40초라는 기록은 ‘이제 기술보다는 마음을 다스릴 때’라고 알려주는 이정표라는 생각도 드네요.
언젠가 힘 하나 안 들이고 물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고수들처럼 1분 30초대의 벽을 가볍게 넘어서는 그날을 상상해 봅니다. 내일도 퇴근길 수영 가방을 챙기며 다짐합니다. “오늘은 꼭, 어깨에 힘 빼고 오자.”
수영인 여러분, 오늘도 물속에서 고군분투하시느라 고생하실텐데… 우리 모두 힘 빼고 물개가 되는 그날까지, 즐거고 안전한 수영 하시길 바랍니다!
